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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독서실 창업 체험기_5

옥토천일 2018. 5. 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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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을 개업한지 벌써 6개월을 넘는 시점에서 이 업종에 대한 애로 사항을 몇자 적습니다.

1. 월,화,수,목,금,토,일 -> 모두 똑같다.

회사생활 할 때는 불금이니, 주말이니, 공휴일이니 구분이 되었지만 이 업종은 한달에 한번 정기 휴일을 빼고 나면 항상 똑같습니다. 어제도 오늘 같고 그제도 오늘 같은 날이여서 좀 무료한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그나마 주말에는 당일권 쓰는 사람이 있어 평일보다야 덜 한가하지만 평일 오전부터 오후에는 완전 절간이 따로 없습니다. 나름 부동산 공부를 한다 열심이지만 좀 무기력해지네요.

2. 맞벌이 아닌 맞벌이

집사람과 둘이 교대로 일을 하다보니 가족이 같이 식사를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집사람이 아침과 저녁을 아이들을 챙겨주고 나서 제가 나중에 식사를 하다 보니 늘 혼자 먹게 되네요. 집안일도 나눠서 해야하고.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집사람과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회사 생활 할 때보다 많이 대화를 하는 점이 좋습니다.  빨리 장사가 잘되서 알바 두고 주말이라도 좀 쉬면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 사람상대하기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 상대하는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성인은 성인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수십명을 상대해야 하니 때로는 당황스러울 때도 제법 있습니다. 그 중 몇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독서실 2달 등록 후 약 4회 정도 사용을 한 고등학생이 있었는데 만료 시점에서 그 학생의 엄마가 전화해서 몇번 못 썼으니 환불해 달라고 떼를 써서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지만 하도 소란을 피워서 어쩔 수 없이 환불을 해준적이 있습니다. 처음 장사를 하다보니 주변 소문이 안좋게 날까 싶어 조용히 처리를 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진상인 사람들을 다시 만날까 두렵습니다. 독하게 상대를 했어야 하나 아직도 판단이 잘 서지 않네요.

2) 요즘 날씨가 많이 더워지고 있는데 나름대로 실내의 적정온도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긴 후두티를 입고 더워요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옷을 벗으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차마 그런말을 할 수 없고 온도을 더 낮춰주고 있습니다. 실내에 여러 사람이 있는데 개별로 온도를 다 맞춰주기는 어렵지만 조금만 덥거나 추워도 바로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들 정말 싫네요. 또 얼마전에는 라운지 실내가 그렇게 덥지 않았는데 갑자기 성인 여성분이 조끼를 벗었는데 민소매를 입으셔서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날 따라 십대 남학생들이 좀 있었는데 눈을 못 떼더라고요..그래서 직접 말은 못하고 얼른 온도를 낮춰서 그 여성분이 조끼를 입게 만들었던적도 있었네요.

3) 열람실에서는 음료정도나 드실 수 있다고 서비스 이용수칙을 만들어 안내를 하고 있지만 어느날인가 여자방에서 음식냄새가 심하게 나서 환기도 하고 배기고 하고 공기 청청기도 틀고 별 짓을 다 했는데 하루 종일 음식 냄새가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음식을 먹은 사람은 없는것 같았습니다. 그 방에는 문달린 좌석도 같이 있었지만 설마 누가 어떤 또라이가 음식을 먹었겠냐고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에 청소를 하다가 쓰레기통에 편의점 도시락이 음식이 조금 남은 채 버려져 있었습니다. 처음 청소시작 할 때는 못 봤는데 누군가 퇴실하면서 버리고 간것같아 CCTV를 돌려보았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을 버린 학생을 CCTV에서 발견하고 어떻게 열람실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정말 당황했습니다.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온 한생이였는데..집사람과 의논 끝에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우선 말은 안하기로 했습니다. 몇일 뒤 그 여학생 책상을 청소하다가 약간 음식 냄새가 나서 혹시나 하고 사물함을 열어보았다가 정말 깜놀 했습니다. 삼각김밥 껍질 수십개가 거기 쌓여져 있더라고요..집사람한테 이야기 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라고 했더니 절대 안먹었다고 발 뺌을 하더라고요..저희가 간단한 음식을 먹는 장소가 별도로 있지만 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면서까지 거기서 먹는지 정말 알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 여학생은 처음 등록 할 때보다 얼굴살이 많이 쪄있더라고요.

4) 한번은 어떤여자분이 전화를 하셔서 자기 아이가 독서실을 이용하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자꾸 돌아다녀서 싫다고 익명으로 전화를 하신다고 했는데 실내 온도 체크도 하려면 한시간에 한번꼴로 어쩔수 없이 돌아다니는데 저보고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익명이라고하셨지만 전화번호로 누군지 알아낼수 있습니다. 보통 핸드폰 번호 뒷자리 네개는 부모님꺼랑 같게 만드는데 전화하신분 전화번호 뒷자리 네개랑 같은분이 딱 한분 있더라고요. 확인해보니 학생이 아닌 성인 여성이셨더라고요..워낙 조용하셔서 별 컴플레인이 없으셨느데..아무튼 그 분 오시면 웬만하면 안 돌아다니게 되더라고요.ㅎㅎㅎ.

동네 장사다 보니 원칙을 가지고 일을 하다 혹여 소문이 잘못나 장사가 잘 안될까 싶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람을 상대하는데 쉽지 않네요.